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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숨결이 되는 나무: 가로수의 역할과 지속 가능한 관리 방안
동글나라 2025. 6. 20. 15:00목차
도심 속 가로수는 단순한 녹지 요소를 넘어 도시 환경과 시민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본 글에서는 가로수가 수행하는 생태적·사회적 기능과, 지속 가능한 관리를 위한 국내외 정책 및 사례를 살펴봅니다.
1. 도시의 나무, 길 위의 생명선
도시를 걷다 보면 길 양옆으로 늘어선 가로수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그들은 무심한 듯 제자리에서 늘 그늘을 드리우고, 때로는 꽃을 피우고, 낙엽을 떨어뜨리며 계절을 알립니다. 도심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 가로수는 정적인 풍경 같지만, 실은 가장 역동적으로 도시를 호흡시키는 존재입니다. 가로수는 도시의 공기를 정화하고, 소음을 줄이며, 여름에는 도로의 온도를 낮춰주는 생태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동시에 사람들의 감정에 영향을 주며 도시의 미관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도 합니다. 걷고 싶은 거리, 기억에 남는 길, 계절이 느껴지는 골목에는 언제나 가로수가 함께합니다. 그러나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속에서 가로수는 자주 소외되거나 훼손되기도 합니다. 뿌리가 도로를 들어올린다며 잘려나가고, 간판 가리개가 된다며 가지치기를 당하기도 하며, 때로는 도시 정비의 이름으로 아예 사라지기도 합니다. 가로수는 공공의 자산이지만, 그 가치를 체감하고 지켜나가는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도심 속 가로수가 도시 생태계와 시민 생활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들을 보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사회적 방향은 무엇인지 살펴보려 합니다. 도시의 길 위에서 조용히 숨 쉬는 나무들에 대해, 지금보다 더 깊은 관심과 존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2. 가로수의 기능과 관리 실태
① 가로수의 생태적 기능 - **공기 정화**: 잎 표면은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흡착하며,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 - **온도 조절**: 도로와 인도를 그늘지게 하여 여름철 도시열섬현상 완화에 기여. 평균 2~5℃의 온도 저감 효과 - **빗물 조절 및 수질 보호**: 강우 시 지면 침투를 도와 도시 홍수 예방 및 토양 유실 방지 - **생물다양성 보전**: 곤충, 조류 등의 서식지 역할 수행. 도심 생태 연결축으로 기능 ② 사회·문화적 기능 경관 개선: 거리의 아름다움과 지역의 이미지 향상. 특히 벚꽃, 이팝나무, 단풍나무 등은 계절 경관 형성에 핵심 심리적 안정: 녹지는 스트레스 완화, 우울감 저하, 집중력 향상 등에 기여. 나무가 있는 거리는 걷기 편안한 거리로 인식됨 지역 커뮤니티 형성: 나무를 중심으로 한 마을 축제, 시민 나무 돌보기 활동 등이 지역 유대감 강화에 기여 ③ 가로수 관리의 현실과 과제 과도한 가지치기: 미관, 간판 가림 방지, 전선 보호 등을 이유로 지나치게 잘려나가 나무의 생리적 스트레스 유발 비효율적 수종 선택: 좁은 인도에 대형 수종 식재로 뿌리 피해, 교통 불편 유발 시민과의 소통 부족: 가로수 제거나 전정 시 시민 의견 미반영으로 갈등 초래 노후화 문제: 수명 다한 가로수 교체 필요성 증가, 하지만 역사성·정서성 고려 미흡 ④ 지속 가능한 가로수 관리를 위한 국내외 사례 서울시 '가로수 100년 프로젝트' 방향: 단순 조경이 아닌 도시 인프라로서의 가로수 재인식. 수종 재편성과 생육공간 확대 성과: ‘가로수 마스터플랜’ 수립, 토양 개선 및 공공 디자인 개선 프랑스 파리: ‘도시숲’으로 가로수 재정비, 시민 참여형 식재 캠페인 운영 도쿄: 도시 전역에 수종별 데이터베이스 구축, 수명·병해·기후 조건에 따른 맞춤형 관리 독일 프라이부르크: 교통·생태·문화가 통합된 ‘가로수 거버넌스’, 주민이 직접 물주기 참여하는 ‘나무 입양제’ 시행 ⑤ 정책적 방향 제안 수종 다변화 및 지역 적합성 고려한 식재 생육공간 확보를 위한 인도·차도 통합 설계 전정 및 교체 시 시민 의견 수렴 의무화 나무 건강 모니터링을 위한 디지털 시스템 구축 ‘가로수 해설사’ 등 시민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 확대 이처럼 가로수는 단지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니라, 도시의 건강을 지탱하는 중요한 생명 기반이자, 사회적 자산입니다.
3. 가로수를 가꾸는 일은 도시를 사랑하는 일이다
가로수는 도시의 숨결을 상징합니다. 사람들은 늘 그 옆을 지나가지만, 그 존재를 깊이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로수가 없는 거리는 삭막하고 무미건조하며, 그늘 하나 없는 여름의 도심은 사람을 숨막히게 만듭니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들어내는 그늘, 공기, 정서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큽니다. 우리가 더 나은 도시를 꿈꾼다면, 먼저 길 위의 나무들을 존중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들에게 더 넓은 뿌리 공간을 주고, 생명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전정하며, 그늘 아래서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하는 것—이 모든 작은 실천이 도시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줍니다. 앞으로의 도시정책은 ‘건설’보다 ‘돌봄’이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돌봄의 첫 대상은 다름 아닌 우리 곁의 가로수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나무의 이름을 부르고, 계절마다 변하는 모습을 감상하며, 함께 그 생명을 지켜간다면, 도시도 자연도 우리 삶도 훨씬 더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