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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택 정책과 부동산 세제, 집은 자산인가 권리인가
동글나라 2025. 5. 1. 23:00목차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자산과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본문에서는 한국 주택 정책의 역사와 변화,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 세제 정책의 역할과 논란, 그리고 실효성 있는 주거 안정 방안을 고찰한다.
1. 한국 주택 정책과 내 집 마련의 꿈
한국 사회에서 ‘집’은 단지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를 결정짓는 상징이자 자산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 전·월세 불안, 금리 급등, 공급 부족 등의 요인이 겹치며 ‘내 집 마련’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특히 수도권, 그중에서도 서울의 경우 **중위소득 가구가 집을 사기 위해선 15년 이상의 소득을 모아야 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주택 가격은 비정상적 수준에 이르렀다. 주택은 기본적인 생존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곧 재산 형성과 사회적 불평등의 출발점이 되었다. 자산 격차의 핵심은 부동산이며, 이는 청년층의 좌절,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대립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집값 상승기에는 투기 심리가, 하락기에는 금융 위기가 반복되며 주택 시장은 국가 경제 전체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수십 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공급 확대, 규제 강화, 세제 조정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했지만, 시장은 기대만큼 안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단기적 부동산 정책은 정책 신뢰도 하락과 풍선효과, 그리고 특정 계층을 중심으로 한 자산 집중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 글에서는 한국의 주택 정책과 부동산 세제의 역사, 구조적 문제점, 실효성에 대한 평가, 그리고 장기적인 주거 안정 전략을 중심으로 ‘집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2. 부동산 세제, 주택은 사는 곳인가 사두는 곳인가
한국의 주택 정책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되어왔다: ▲공급 정책 ▲수요 억제 및 금융 규제 ▲조세 정책이다. 1970~80년대는 대규모 주택 공급 중심이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함께 수도권 중심의 주택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특히 2017~2021년 사이 발표된 25차례 이상의 부동산 대책은 주택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한 고강도 정책들이었으며, 다주택자 규제, 종합부동산세 강화, 양도세 중과, 청약제도 개편 등 다양한 수단이 동원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단기적 효과에는 한계를 드러냈고, 오히려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줄어들고, 다주택자의 세 부담 회피 수단만 복잡해졌다는 지적도 받았다. 부동산 세제의 핵심은 조세 형평성과 시장 안정이다. 종부세는 고가 주택 보유자에게 누진적 과세를 부과함으로써 주택 자산의 과도한 집중을 억제하려는 목적을 지녔지만, 납세자 저항, 평가 기준 논란, 정치적 이슈화 등으로 인해 그 실효성은 늘 논쟁의 중심이었다.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등 지방세와 국세가 얽히는 구조도 납세자에게 혼란을 가중시켰다. 공급 측면에서도 한계는 존재한다. 정부가 발표한 ‘250만 호 공급 계획’ 등은 대규모 택지 개발과 정비사업을 포함하지만, ▲지역 주민 반발 ▲인허가 지연 ▲건설 자재 가격 상승 ▲금리 부담 등으로 인해 실제 착공과 분양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수요는 지금 존재하는데, 공급은 미래에 있다는 시차가 시장 불안을 더 키운 셈이다. 또한 전·월세 시장의 불안정성도 주요 문제다. 2020년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했지만, 동시에 신규 계약 시장의 급격한 전세 상승을 유발해 ‘이중 가격’ 문제를 낳았다. 월세화 가속, 깡통전세, 보증사고 등도 사회적 불안 요인으로 부상했다. 결국 문제는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 부족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뒤집히고, 단기 부동산 지표에 따라 급격히 조정되는 정책들은 시장에 혼란을 주며, 장기적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는 괴리를 보이게 된다.
3.‘사는 집’을 위한 정책, 이제는 삶의 권리를 중심에 두자
주택은 투자처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이 가격 안정과 시장 수급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주거의 질, 주거의 권리, 주거의 다양성**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첫째, 중장기적 공급 계획의 실행력 강화가 필요하다. 단순한 숫자 중심의 공급 계획이 아니라, 입지·교통·생활 인프라를 갖춘 실질적인 주택 공급이 이뤄져야 하며, 공공주택, 청년주택, 고령자 주택 등 다양한 수요층을 고려한 다양화된 주택 모델이 필요하다. 둘째, 부동산 세제의 안정성과 형평성 확보가 중요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조세 부담은 공정성과 시장 안정 차원에서 유지하되, 실수요자와 1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조정될 필요가 있으며, 종부세 기준과 세율 체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 기반의 정비가 시급하다. 셋째, 전·월세 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갱신권과 상한제 외에도 보증보험 제도 강화, 표준임대계약 도입, 공공임대 확대 등으로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하며, 임대인의 책임과 투명성 강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주거 복지의 확대와 사각지대 해소가 요구된다. 저소득층, 청년, 고령층, 이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 확대와 주거 바우처 제도 정비가 필요하며, 단순 지원을 넘어 지역 사회 기반의 주거 돌봄 서비스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우리는 묻습니다. “집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이렇게 답해야 합니다. “모두의 것이다.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집은, 돈이 아닌 권리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값을 올리거나 떨어뜨리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주거 정책이다. 그 정책이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안정된 삶 위에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